18대 대통령선거 마지막 날, 기호 5번 김소연 후보가 드리는 편지

2012/12/18 Comments are off

야만의 자본에 맞서 싸우는 우리 모두가 희망입니다!

 

대통령선거 시작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마지막 날입니다. 원주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돌아와 책상에 앉았습니다. 고마운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공장 앞 하늘 둥지에서 새벽의 한기를 견디고 있을 얼굴들이 생각났습니다.

 

11월 11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겠다고 차린 대한문 분향소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대통령후보로 선출되고, 오늘까지 달려온 40일은 저에게 고맙고 또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 걱정과 불안이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지만, 우리의 힘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나 급박하게 결정되어, 다양한 영역의 많은 분들과 사전에 충분히 교감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현장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두려웠습니다.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백기완 선생님을 찾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노동자들은 말로는 세상의 주인이라고 하면서 마음속에선 그렇지 않다며, 주눅 들지 말고 배짱 있게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라는 말씀이 저에게 큰 용기를 주셨습니다. 지금 우리의 투쟁은 생명 아닌 것과 생명과의 싸움이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첫 번째 찾아간 현장은 현대차 울산공장 송전탑 농성장이었습니다. 후보가 아직 어색할 때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노동자 대표니까 옷이랑 머리도 후보답게(?) 신경 좀 쓰라고 잔소리까지 했습니다. 30미터 철탑 위에 오른 천의봉과 최병승이 선거투쟁기금은 철탑에서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칩니다.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을 비롯해 쌍용차, 코오롱, 콜트콜텍, 재능교육, 유성, 한진중공업, ING생명, KEC, 전북고속, 택시 등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하루하루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도리어 저를 격려하며, 함께 잘 싸워보자고 힘을 모아 주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은 저에게 고향처럼 포근했습니다. 현장 순회를 하면서 노동자들이 두 겹, 세 겹 낀 장갑을 힘겹게 벗으며 반갑게 악수하고 힘내라고 할 때는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우리 노동자들 마음속에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엔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절절한 마음들이 느껴져서 행복했습니다.

 

출퇴근 길에서, 길거리에서, 일터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눈빛은 따뜻했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어느 파견노동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꼭 됐으면 좋겠다”며 힘내라고 하셨고, 야간노동을 마친 달성공단의 노동자들은 두 손을 맞잡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내 민 거친 손마디와 격려의 한마디는 우리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었습니다.

 

“더 이상 우리를 죽이지 말라, 우리도 살고 싶다.”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해 싸웠던 김주영과 파주의 장애인 남매 지우, 지훈이를 화마로 떠나보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과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장애인들이 정치권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좀 더 빨리 연대하고 함께 싸웠더라면, 김주영과 어린 남매를 잃지 않았을 수도 있을 텐데,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제주도를 전쟁기지로 만들 수 없다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 매일 고착되고, 연행되고 구속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강정에서 만난 어르신께서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고맙다는 말씀을 연신 하십니다. 10월 25일부터 24시간 공사가 진행됐는데 저희 유세 때문에 오후부터 새벽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회초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또 다른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하시며 80 노구를 끌고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40층 건물 높이의 엄청난 송전탑을 이고 살 수는 없다. 마을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 어르신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재벌과 정치인만 평화로운 세상은 독재여. 우리같은 서민들이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지.”

 

대학에서,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파릇파릇하고 살아있는 눈빛은 우리 시대의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가해 새내기 친구들에게 교육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국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연한 답인데 아직 우리의 요구는 이명박 정권의 공약인 반값등록금에 머물고 있습니다. 조금 더 힘을 모아 등록금 자체를 폐지할 수 있도록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습니다.

 

성소수자, 에이즈 감염인들을 만나면서도 마찬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는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닌가, 이들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야하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노동자들, 전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싸우면서 걱정과 우려는 사라지고 점점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딛고 현장 노동자, 민중과 함께 새로운 노동정치의 토대를 잘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낙관과 희망이 생겼습니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분들까지 나서서 전 지역에서 선거투쟁본부가 꾸려졌습니다.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어느 지역에서는 현장의 노동자들 몇몇이 마음을 모아 선거투쟁을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선거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봤습니다. 대전에서 열린 정치콘서트 때 어느 노동자가 한 이야기가 생생합니다.

“우리는 늘 차이점만 찾았는데, 이제 차이점을 찾기 보다는 같은 점을 찾아 함께 마음모아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갑시다.”

 

우리는 폐허가 된 진보정치와 무너진 노동정치의 척박한 땅에서 처음부터 다시 밭을 갈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서부터 단결과 연대의 힘으로 새로운 노동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던 대통령 선거 투쟁을 우리는 밑으로부터 자발적 힘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우리와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할 장애인, 철거민, 성소수자, 학생, 농민 등 많은 부문의 동지들과 함께 만들어온 대선투쟁입니다.

 

우리는 돈과 이윤과 탐욕을 위해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와 재벌체제를 넘어서는 요구와 투쟁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현장에서는 너무나 명쾌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밀양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재벌과 정치인들만 평화로운 것은 독재이고, 서민들이 평화로워야 한다고 말입니다.

 

비록 삼성과 현대차 재벌, 정권에 의해 유세가 가로막히고, 우리 선거운동원들과 노동자들이 저들의 집단폭력에 쓰러졌지만, 이러한 탄압은 우리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벌의 독재와 탐욕의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평화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40일의 시간이 저물어갑니다. 정리해고의 상징 쌍용차 철탑에서 비정규직의 상징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까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야만의 시대에 맞서 희망을 노래하며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이 우리 시대의 희망이며 내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40일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깃발을 버리고, 보수정당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며 정치의 주인인 노동자들을 정치의 구경꾼으로 만들어버린 노동현장, 무너진 노동정치의 척박한 대지에서 밭을 가고 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습니다.

 

12월 19일 노동자대통령에 대한 투표는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문과 함께 하는 깊고 넓은 노동정치를 만들기 위한 씨앗이며, 재벌독재 시대를 끝장내고 노동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출발입니다. 노동자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투표는 사표가 아니라 재벌에 맞서 싸울 노동자들의 힘을 모으고, 노동자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출발에 마음모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2년 11월 18일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대통령 기호 5번 김소연 후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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