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송전탑 농성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기주, 복기성, 한상균의 김소연 후보 지지선언

2012/12/11 0 Comment

철탑농성 21일차, 철탑 위에는 강풍이 불었습니다. 강풍에 천막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바람은 인간의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하늘이 농성장을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게 해주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다릅니다.

3년 전 쌍용자동차에는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칼바람에 2,646명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77일간 파업으로 맞섰으나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무참히 깨졌습니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이전 2008년부터 450명이 소리도 없이 해고 됐습니다. 그 후 3년,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23명이 생계 문제로, 세상에 대한 절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를 불안과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간 건, ‘정리해고’였습니다. ‘정리해고’ 문제는 바람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쌍용차 경영자들이 ‘먹튀’와 ‘회계조작’을 하지 않고, 기업정상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면 정리해고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정리해고 칼바람이 몰아칠 때, 쌍용차 노동자들이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눠지지 않고 함께 단결하여 싸웠다면, 정리해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지만, 국가공권력이 파업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않고 공정한 법집행만 했으면, 우리 노동자들은 국가폭력의 공포에 몸서리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국회가, 여야 정치인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기만 했어도 우리는 더 이상 억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았다면,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보았다면 모두 피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쌍용차 자본과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먹튀와 회계조작을 통해 정리해고를 강행했고,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파업을 깼으며,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고, 합의한 복직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강요한 것, ‘정리해고’는 바람처럼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노동자들은 외쳤습니다. “함께 살자”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정리해고 하는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파업을 했고, 구속됐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자”고. 해고노동자들과 가족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절망 때문에” 김정우 지부장이 40여일 넘게 단식을 했습니다. “죽지 말고 함께 살자고”

 

그래도 이 세상은 요지부동입니다.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우리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단식에도 요지부동입니다. 그래서 이 송전탑 위로 올라왔습니다. 해고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함께 살자”고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기업, 정부, 여야정치인,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몸뚱아리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우리 노동자들이 송전탑 위에 온 몸을 걸고, 몸뚱아리를 깃발처럼 나부껴야, 우리의 요구를,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송전탑에 올랐습니다.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그리고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 노동자가 절망하지 않고, 죽지 않고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곳 송전탑으로 오르는 길뿐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그 ‘어쩔 수 없는 현실’은 사람의 의지와 투쟁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불과 15년 전에 정부와 자본과 여야정치권에 의해 법적으로 우리에게 강제된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저항을 폭력으로 탄압하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강제된 것일 뿐입니다. 일자리를 잃을 공포, 가족의 생계에 대한 불안이라는 우리 노동자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순응하도록 강요된 것일 뿐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산자와 죽은자로 나누어서 노동자들의 인간적 결속력마저 깨버리고, 마침내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강요된 것일 뿐입니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는 실시되어야 합니다. 해고자는 복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일 뿐입니다. 이 땅 노동자들이 더 이상 정리해고라는 불안 속에서 고통 받아서는 안됩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정리해고제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가진 자들이 자기들끼리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힘을 모아 싸워서 해결해야 합니다.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싸워야 합니다. 쌍차 정리해고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정리해고제라는 법과 제도 그 자체를 철폐하는 투쟁도 필요합니다. 이 두 싸움은 나눌 수 없습니다. 하나의 싸움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노동자의 정치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투쟁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정치입니다.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산 자와 죽은자로 나누는 정치세력에게 ‘국민통합’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를 틈 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보호 운운하며 비정규법을 개악한 정치세력에게 ‘사람사는 세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정리해고제도는 그대로 둔 채 해고 요건만 조금 완화하자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공약인지 우리는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대선을 앞두고 ‘쌍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짓 공약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정리해고제 자체에 맞선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보다 더 많는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지난 3년보다 더 치열한 투쟁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바로 그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리해고제 자체를 철폐하기 위한 정치투쟁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후보와 선거투쟁본부가 바로 그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내걸고.

지난 십 수 년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투쟁해 온 노동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노동자도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나서자고 모였습니다. 그래서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내걸고 송전탑에 올라온 우리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김소연 후보와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와 함께 투쟁해 나가려고 합니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투쟁을 통해!

함께 끝까지 투쟁해 나갑시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2012.12.10.

 

문기주, 복기성,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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