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가 말하지 않는 것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지난 9일,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을 했다. ‘와락 센타의 엄마’였기에 가능한 연설이었다. 그는 지난 3년간 그 어떤 지식인도 쌍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과 절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절망에 공감하며, 치유에 앞장서셨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연설은 쌍차 노동자들이 처한 고통과 절망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가 하지 않은 얘기가 있다. 왜 그들이 그런 고통을 당하게 됐는지, 왜 절망에 이르게 됐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왜 쌍용차노동자 2,600여명(비정규직을 포함하면 3,000여명이 넘는다)이 해고됐고, 회계조작과 폭력적인 파업진압이 이루어졌음에도 왜 국정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책임자는 왜 처벌되지 않는지 얘기하지 않았다. 왜 회사측은 3년 전 합의한 내용을 지키고 있지 않는지, 그래서 왜 김정우 지부장은 40여일 넘게 단식을 했고, 왜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3명의 노동자가 이 엄동설한에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고통과 절망에 대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왜 문재인 후보가 와락센터까지는 갔지만, 3명이 해고자가 농성을 하고 있는 철탑에는 가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소통과 공감은 문제 해결의 한 방편이자 출발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제 자체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하지 못하면, 소통과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도 있게 한다.
그러나 정혜신 박사가 얘기하지 않는 것, 그것은 정혜신 박사의 몫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도 절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고통과 절망을 뛰어넘어 스스로 희망을 찾고자 투쟁하고 있다. 더디지만 그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절망에 관심을 기울일 뿐 아니라, 그 고통과 절망을 낳게 한 원인과 그 책임자를 밝혀내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고자는 원직 복직되어야 한다. 나아가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자체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혜신 박사가 얘기하지 않는 그곳, 바로 그곳이 우리 투쟁의 출발 지점이다.
2012.12.10.
노동자대통령 선거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