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김소연, 정리해고·비정규직·차별 없는 세상 전파
[동행취재] 백기완, “김소연은 목숨 걸고 옳은 얘기만 한다는 것 보여달라”
유력한 대선 후보가 모두 노동을 얘기하는 시대지만, 정치인들에게 노동 현장은 인기 현장과 비인기 현장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 노동 현안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인데도 유력 대선 후보들이 찾는 노동현장은 사안이 크거나, 언론의 관심이 많은 곳 들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찾은 노동현장은 수 만 명이 모인 한국노총 노동자 대회였고, 그나마 야권의 유력 후보들은 한국노총 뿐 아니라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대형 집회나 쌍용차 농성장,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장 등을 찾았다. 이들이 이마저도 찾아 가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들은 모두 노동 현장을 찾아 뭘 해주겠다고 말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정리해고 요건도 강화하고, 뭐든지 다 해 줄 것처럼 얘기한다.
반면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나선 무소속 김소연 후보가 나타나는 곳은 진행형인 극한투쟁 현장 뿐 아니라 언론도 유력 후보들도 관심을 갖지 않는 투쟁현장이다. 김소연 후보는 이런 곳을 찾아 자신이 뭘 해주겠다는 말 보다는 함께 뭔가를 이루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한다.
투쟁도 오래되고 언론의 관심도 멀어진 각종 농성장은 낙엽진 스산함 뿐만 아니라 천막 농성장을 두들기는 겨울바람 소리로 외로움 그 자체다. 투쟁 인원도 적고, 힘도 들지만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들에게 김소연 후보와 운동원들의 연대는 간만에 웃을 수 있는 계기로 다가왔다.
이런 현장은 만날 수 있는 유권자도 많지 않다. 각 현장 마다 유세와 집회를 진행해도 선거운동원을 제외하면 많은 곳은 10여 명, 어떤 곳은 4-5명이 전부였다. 표만 생각하면 이들을 찾아다니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지만, 김소연 후보의 일정은 계속 이들과의 연대로 이뤄진다.
인천시청 정문 옆에 5-6명이 지키고 있던 택시 노동자 천막 농성장, 1800일 넘게 투쟁 중인 재능 본사 집회, 내년 투쟁 계획을 논의 중이던 콜트 콜텍 공장, ‘우리의 소원은 복직’이라는 현수막이 절절함을 보여주던 대우자동차 판매 농성장 등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다음 날 부터 김소연 후보가 찾은 주요 현장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인천 민중대회 참가도 대전지방 노동청을 점거한 노동자들을 경찰이 연행해 가자 급하게 취소하고, 급히 유세차량과 후보자 차량 핸들을 대전으로 돌렸다.
김소연 후보는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떡볶이를 먹는 서민 코스프레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시장 통을 돌며 이런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더 친근감 있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르지만, 투쟁 현장이나 길거리에서 노동과 각종 인권 의제를 통해 시민을 만나 알리는 데 더 집중했다.
매일 주요 투쟁 의제 정하고 의제에 맞춰 유세와 투쟁
김소연 후보의 선거 유세 일정도 독특하다. 유력 후보들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시기별 지역 민심과 지지율 등을 보며 지역 일정을 배치하지만, 김 후보는 매일 주요 투쟁 의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일정을 배치하는 식이다. 28일은 정리해고 철폐의 날, 29일은 파견제 폐지의 날, 30일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의 날, 1일은 차별과 배제가 없는 날이었다.
그렇게 만난 노동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은 모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 차별의 피해자들이었다.
김소연 후보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은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단결로 싸우면 가능하다. 대선에서 만난 민중과 그런 세상을 공감하고 이 문제가 전체의 문제임을 공감해야 한다”고 유세 현장마다 노동자의 꿈을 전파하고 있다.
28일 만난 대우 자동차판매 노동자는 “투쟁을 해도 딱히 보이는 건 없지만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싸우고 있다”며 “대선 이후 노동자 계급이 올바른 정치방침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김 후보의 농성장 방문을 환영했다.
인천의 콜텍 공장의 한 노동자는 28일 운동원들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진보라고 얘기해지만 사실상 김대중이 집권하면서 정리해고법이 만들어졌고, 노무현이 집권하면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다”며 “그들의 머릿속에는 노동자는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단결해 노동자 후보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저들보다 더 힘차고 강렬하게 이번 선거에 임한다면 당선은 되지 않아도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는 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자본가들에게 보여주고 우리도 그 힘을 바탕으로 거리에서 철탑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는 선거 투쟁되기를 바란다”고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했다.
29일 김소연 선거투쟁본부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학습지 노조 재능지부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서 강종숙 학습지 노조위원장은 “민주당은 비정규직 차별해소나 정리해고 요건 강화,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같은 애매한 소리만 한다”며 “너도 나도 경제민주화를 떠들고, 보편적 복지를 떠들고,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는데 그 문제들이 두어 달 전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유력 후보들은 지난 5-10년 동안 노동자 민중 죽어갈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강종숙 위원장은 “그런 자들이 또다시 노동자에게 표를 달라고 한다”며 “우리는 바보도 아니고 기억상실증 환자들도 아니다. 비정규 악법을 만들고 정리해고제를 도입해 태생부터 노동자를 짓밟았던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거나 표를 주지말자.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철폐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과 의지로 노동자 대통령 후보와 함께 세상을 갈아엎자”고 말했다.
12월 1일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에이즈 감연인의 인권 보장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난 후, 서울시 에이즈 예방의 날 행사장 옆에서 에이즈감염인 인권 보장 관련 유세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시민적 갈등에 빠진 민중과 김소연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김 후보는 군소후보 중 하나일 뿐이다. 투쟁 현장에선 뽑을 후보가 생겨서 좋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노동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이 김 후보를 인지하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선거 돌입 5일째인 지난 30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김소연 후보에게 노동자 대통령 후보가 천천히 가야할 길을 조언했다.
백기완 소장은 “밥도 먹고 출세도 하고 싶고, 그런데도 노동자 같아야 하는 소시민적 갈등에 빠진 노동자 민중과 김소연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며 “옛날 진보주의자들은 자기가 중심이며 주체라는 자부심으로 민중을 만났다. 김소연은 목숨을 걸고 옳은 얘기만 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달라. 경제민주화니 하는 이런 얘기가 아닌 200년간 자본주의가 세상을 망쳤으니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는 말을 당당히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