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노동자 아닌 공주에게, 우리 문제 못 맡겨”

2012/11/29 0 Comment

[인터뷰] ‘기륭 분회장’ 김소연 무소속 후보… “죽음을 막기 위해 나왔다”

 

정상근 기자

무려 1895일이었다. 지난 2005년 기륭전자가 파업에 돌입한 이후 5년, 기륭전자는 우리시대 파견노동자, 계약직노동자 문제의 상징이자 과제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소연 당시 분회장이 있었다. 그는 노숙농성은 기본이고, 목숨을 걸고 90일이 넘는 단식도 했다. 바로 그 김소연 분회장이 대선에 출마했다.

 

23살부터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첫 발을 뗀 이래 노동운동에 투신한 그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직업정치인들이 판치는 대선을, 후보가 된 투쟁하는 노동자는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왜 독자완주를 꿈꾸는가? 김순자 무소속 후보와 나뉘어 출마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소연 후보와의 인터뷰는 후보등록 전날인 24일,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집회가 끝난 후 1시간여 동안 이루어졌다. 김소연 후보는 가두시위가 시작되자마자 맨 앞에서 가로막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소연 후보는 “그래도 대통령후보라니까 막 대하진 않더라”고 웃었다.

- 기륭전자에서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파업을 이끌었다. 결국 기륭전자가 직접 고용키로 했다. 파견직·비정규직 투쟁에서 정규직화를 쟁취해 낸 사업장은 정말 보기 드물다. 기륭전자 투쟁에 대해 설명하자면?
“2005년, 첫 분규가 시작됐다. 그해 7월 5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나는 3년을 파견직으로 일했다. 용역업체에 이력서를 냈더니 봉고차에 태워서 내려준 곳이 기륭전자다. 가서 보니 파견직은 계약직과도 달랐다. 상여금도 없고 내 옆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빈번하게 해고됐다. 파견직은 어떻게든 계약직이라도 되려고 서로 경쟁했다. 이 회사에 과연 노조가 생길까? 많은 고민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05년 4월, 그 유명한 문자해고가 있었다. 해고당한 분들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걸 계기로 노조를 결성했다. 10명으로 시작해 30명이 됐고, 쌓여온 분노가 표출돼 200여명이 가입했다. 우리는 노조 결성 후 고용안정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그 때부터 계약직을 해고했다. 그때 계약직도 노조에 참여했다.”

- 파업을 하던 분들은 복직이 된 것인가?
“2010년 11월 1일, 회사와 복직에 합의했다. 그런데 아직 이루어지진 않고 있다. 당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회사사정으로 1차례 연기했다. 1차례 연기도 합의된 부분이었다. 그렇게 되면 내년 5월에 복귀하게 되는데 분기별로 협의회를 열어 회사 상황과 복직준비를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회사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웃음)”

- 대선에 출마한 이유는?
“우리 문제는 해결됐지만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는 심각했다. 법이 폐기돼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또 기륭에서 함께 복직 목한 분들이 다른 곳에서 일해도 안정적으로 일할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런 와중에 진보정치, 노동정치가 무너지고,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다. 나는 많은 노동자들을 죽게 한 비정규직, 정리해고법을 만든 당사자와 한 식구가 되는 것이 용납이 안됐다. 우리 당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해 탈당했다.”

“지금은 새누리당이냐 민주통합당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진보정치를 했던 분들은 야권연대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를 전제로 사퇴를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낼 사람이 없다. 논의 끝에 후보를 내기로 했는데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라 다들 집행유예상태라 집행유예가 풀린 내가 후보가 됐다.(웃음)”

 

- 노동자 대통령을 표방했는데, 정작 대다수 노동자들은 보수정당을 선택한다.
“늘 소외되어 있으니,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강남에서는 계급투표를 하는데, 어렵게 사는 동네에서 새누리당을 선택한다. 전혀 계급적이지 않다. 또 하나, 언론에 막혀 지배세력들의 얘기만 들린다. 그 분들의 생각을 바꿀 기회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후보를 내고 싸우는 것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세상 만들 수 있다. 비정규직은 영원하지 않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여러 후보들이 나왔지만 조명이 안 된다. 힘 있는 정당·후보만 보도가 나온다. 정책도 분석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새누리당만 보자. 쌍용차에서 많은 분들 돌아가셨지만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거부했다. 여기에 대한 조명이 없다. 이미 여당이기 때문에 공약 하면 시행하면 된다. 반값등록금? 하면 된다.”

“문재인 후보는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고통분담’을 말했다. 그런데 이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1대 99의 사회다. 비정규직은 가난한데 또 고통분담 하라고 한다. 노동중심·서민복지를 많이 말하지만,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공약은 여러 노동자들의 요구다. 우리는 그런 부분이 해결되면 훨씬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얘기를 언론은 옮기지 않는다. 일반 민중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편향적이다.”

- 대선을 투쟁처럼 하겠다고 했다.
“공주로 살았지 노동자로 살아본 적이 없는 분에게 노동자 문제를 맡길 순 없다. 문재인 후보는 정작 토론회 때 한 마디도 노동과 관련해 언급이 없었다. 제주해군기지도 마찬가지다. 투쟁 현장은 가면서 정작 중요한 토론에서 한 마디도 안했다는 것, 이건 ‘이미지 메이킹’일 뿐 머릿속, 마음속에 소외받는 노동자·민중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피해 받는 당사자인 우리가 뭘 요구하는지, 왜 싸우는지 이 사회에 이야기하고 호소하는 것이다. 나를 선택 하는 것은 사표가 아니라 우리의 요구를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정치의 희망버스’를 하고 싶다. 싸우는 사람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휴가 내서 버스타고 전국을 돌면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집회신고를 안 해도 대선후보는 되지 않나(웃음)”

- 완주를 선언했는데 그 의미는?
“워낙 이명박 정부가 패악질을 많이 해서 많은 분들이 박근혜가 되면 안 된다.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정권을 잡는 것 말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당 선택하자는 얘긴데, 김대중 정부가 출범 당시 우리는 많이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노동자·민중은 벼랑으로 내몰렸다. 거기에 대해 반성이 없다. 이런 민주당이 대안인가? 물론 형식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새누리당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드시 선거를 통해서만 낼 수 있는 것일까?
“지난 총선 때 시청광장에서 노숙도 하고 연행도 되고 치열하게 싸웠다. 그런데 선거라는 블랙홀이 있더라, 보도가 안 된다. 노동자들이 많이 무너졌다. 그러나 후보를 내고 호소하면 폭발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우리에겐 언론이 차단되어 있는데 후보를 내서 싸우면 우리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릴 것이다.”

- 과거 민주당의 문제는 분명했으나, 내부 정치인 개개인들의 반성도 있었다. 그들이 변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리해고·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희망버스 이후 여론이 확산되니 여기에 가지 않으면 노동자 표 획득이 안 된다 판단했을 것이다. 일부 개인의 진정성은 있을 수 있지만 당의 진정성은 아니다. 그걸 문재인 후보의 토론회에서 확인했고, 전북고속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확인했다.”

 

- 현재 3개의 복수 진보정당이 있다. 이 정당의 틀에서 선거를 치르지 않고 무소속으로 나온 이유는?
“그 정당들이 신자유주의 세력과 통합했다. 거기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야권연대 통해 정권교체 하자는데 민주당이 희망인가? 아니다. 정당 소속은 아니지만 투쟁하는 우리가 직접 나서보자는 것이다. 투쟁 할 때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 희망이 있으니까 그런데 싸움이 안 될 때 노동자들은 목숨을 잃는다.”

“쌍용차에서 충격적이었던 건 23번째 돌아가신 노동자다. 그 분은 같이 싸운 분이다. 그 전에는 희망퇴직자들이었는데, 같이 싸우던 동지도 희망을 잃은 것이다. 절망적이니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다. 희망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번 투쟁은 죽음을 막기 위한 투쟁이다.”

- 심상정·이정희 후보는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김순자 후보는 다르다.
“조금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다. 후보 출마시 진보신당과도 논의했다. 진보신당에서는 독자대응 얘기도 나왔지만 우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당연히 하나로 모아져 준비를 했는데 김순자 후보가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셨다. 동지의 판단이기에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있었다.”

- 박근혜의 ‘여성대통령’ 프레임은 어떻게 보는가?
“박근혜 후보는 여성후보가 맞다. 그런데 이 사회에서 여성은 차별의 상징이다. 어려움 속에서 박근혜 후보는 집권세력의 영부인 역할을 했고 그 이후 한 번도 만 여성들이 겪는 과정을 겪지 않았다. 늘 권력자였고 남성성이 보다 강하다고 본다. ‘여성대통령’은 권력자로서의 여성의 의미가 아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늘 최악이냐 차악이냐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미국처럼 이러다 양당제로 갈 수 있다. 오바마도 전쟁을 지지한다. 그런데 롬니냐 오바마냐에서 노동자들은 오바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결국 그렇게 가는 것 아니냐? 이제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힘을 키우고 모아서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야권연대로 차악을 선택한다면 노동자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 땅에서 고통 받는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없다. 몸에서도 가장 아픈 곳이 중심이고 집에서도 가장 아픈 사람이 중심이다. 아픈 부분이 해결돼야 몸도 가족도 정상화된다. 우리 얘기를 함께 하고 함께 싸우고,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 차베스는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면 빈민에게 권력을 주라고 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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