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2012 경향 선정 13대 의제](3) 비정규직

2012/11/29 0 Comment

ㆍ“매년 계약을 하니 우리는 늘 1년차… 20년이 지나도 월급은 같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600만명까지 늘어났다.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폈다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도 비정규직은 줄어들지 않았고, 임금과 근무조건 등 정규직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28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호관(35), 김다임(64), 홍영경(51), 김현(39), 이숙희(48), 이명한(43)씨를 만나 비정규직의 애환과 고통을 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대우 속에 살고 있다”면서 “비정규직 청년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장년층은 최저한의 생계 유지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 “기피업무도 우리 몫… 정규직들의 인식 전환 없인 문제해결 어려워”

-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이명한 = 공항시설을 관리한다. 형제가 6남매로 많은 편이다. 형편이 좋지 않아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군에 지원했다. 제대 후 비정규직으로 아파트 시설 관리 일을 한다. 빌딩 등 건물 관리 현장을 전전하다 2001년 인천공항에 들어갔다. 공항에서 냉방기, 소방기기, 위생시설을 관리한다. 용역회사 소속이니 공항 비정규직이다. 나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시설 관리하는 사람들의 87.4%가 비정규직이다. 모두 공항 운영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그에 맞는 대우는 받지 못한다.

김다임 = 동국대에서 청소를 한다. 그 전엔 장사를 했는데, 사정이 좋지 않아 문을 닫은 후 다른 일거리를 찾기 어려웠다. 청소용역회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오전 4시에 집을 나와 6시30분부터 학교 청소를 시작한다.

김호관 = 현대차 아산사업장의 한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다. 처음엔 신도리코에서 용역으로 일하다 군 제대 후 2002년 현대차 아산공장에 입사했다. 1년 조금 넘게 근무하다 불면증 때문에 퇴사하고 쌍용차에서 영업사원으로도 일했다. 이후 다시 현대차 하청업체에 재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이숙희 = 신묵초등학교에서 급식 조리사로 일한다. 경력이 18년이다. 점심 급식을 하려면 오전에 음식을 다 만들어야 한다. 오전 7시 정도부터 일을 시작한다.

홍영경 = 현재 성공회대에서 비전임(비정규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전에는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13년 동안 강사를 했다.

김현 = 처음엔 화물차를 운전했는데 큰 사고가 나서 퀵서비스로 바꿨다. 잠깐씩 다른 직종에서 일해보려 했지만 다시 퀵으로 돌아오곤 한다. 한번도 정규직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 보통 퀵서비스 기사들은 이르면 오전 7시나 7시30분 정도에 나와 준비하고, 우리 같은 ‘광역기사’들은 8시쯤에도 출근한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커피자판기가 있고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는 건물 로비 같은 곳으로 나간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퀵서비스는 일이 일정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24시간 일하지만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밤에는 일이 거의 없다. 24시간 풀로 돌아가는 동대문 같은 곳을 빼면 오후 10시쯤에 일이 끝난다. 퀵서비스 주문을 중계해주는 사무실에 소속돼 함께 일하는데, 사무실에 내는 수수료만 23%다. 오전 8시부터 12시간 이상 일해 2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치면 기름값 빼고 기사들은 10만원도 손에 못 쥔다. 광역기사는 시 외곽 원거리 위주로 하니 건수는 적지만 한번 벌이가 2만5000~4만원가량으로 많고, 사대문 안만 돌아다니는 ‘시내바리’들은 5000~7000원짜리 일을 30건씩 하는 식이다.

- 근무환경이나 임금 면에서 정규직과 격차가 심한가.

김호관 = 완성차 공정에서 왼쪽 타이어를 비정규직이 장착하면 오른쪽은 정규직이 끼우는 식이다. 쉽게 말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똑같은 작업을 한다. 오히려 힘든 공정은 비정규직에게만 맡긴다. 그런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가 보너스를 200만원 받으면 정규직은 500만원 가져간다. 복지혜택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은 운동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되고 자녀가 대학 다니면 회사에서 학자금도 지원된다. 전세자금은 물론이고 심지어 주택 구입자금까지 융자해준다. 비정규직은 아무 복지혜택도 없다.

홍영경 = 전임과 비전임의 격차가 굉장히 크다. 물론 전임교수와 차이를 두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 차이가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실제 내 수입이 연간 1600만원 정도인데, 비슷한 경력의 정식 교수들은 8000만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4~5배는 차이가 난다.

김다임 = 우리 학교 교수들은 돈 엄청 많이 받던데….

홍영경 = 동국대는 강사료가 짜다고 소문나 있다.(웃음) 3시간씩 강의 배정받아서 먹고살려면 최소한 5개 대학은 가야 한다. 15시간 해봐야 얼마 안된다. 기본적인 생활이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 강사 처우에 대한 내용이 명시된 ‘고등교육법’이 최근 개정됐다. 시간강사도 교원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는데 개정안을 보면 껍데기만 교원이다. 학교 측이 편법을 동원하면 강사 처우를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겸임교수나 초빙교수 등을 늘리는 식이다. 고용안정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교과부 안대로라면 올해 시간강사 연봉은 1890만원, 내년 2160만원이다. 이는 4000만원 이상인 조교수의 절반 수준이며 최저 생계비조차 못되는 액수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우리가 반대해서 일단 1년 미뤄진 상태다.

김다임 = 점심값 포함해 110만원을 받는데 세금 떼면 100만원을 손에 쥔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금 떼고 70만원 수준이던 것에서 많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100만원 갖고는 살림 못한다.

홍영경 = 예전엔 대학교에서 청소하는 분들도 다 학교에서 직접 고용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용역이라는 생소한 말을 듣게 됐다. 용역업체를 통해 빼먹는 구조다. 상식 이하의 낮은 임금은, 생활을 어렵게 만들어서 길들이려는 비열한 제도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거든 임금이라도 2배를 줘야 한다. 미국 월가 점령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 열악한 처지인 사람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겠다.

이명한 = 인천공항에 40개 업체 협력사가 있고 하청까지 포함하면 50여개 업체가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인력이 6000여명이다. 제가 12년 정도 근무하는데 12번 근로계약서를 썼다. 소속 회사 이름도 잊을 정도다. 참담하다. 공항 전문인력들이니 인천공항에서 계속 근무하는데, 소속 회사만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호봉이 없고 연차 구분 없이 똑같은 금액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마흔 넘은 총각도 많다. 미래가 없는 거다. 장래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정규직은 800명 되는데,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인천공항 정규직 평균 연봉이 8200만원이다. 우리들 비정규직 6000명은 평균 2200만원이다.

이숙희 = 우리도 1년 근무한 사람과 월급이 똑같다. 하루 일한 사람과 20년 일한 사람 월급이 같은 것이다. 호봉제도 없다.

이명한 = 공항 가면 눈에 띄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비정규직이다. 우리는 이를 ‘계급옷’이라고 부른다. 왜 우리만 이렇게 입히냐고 항의하니 공항 측이 이번엔 회색으로 바꾼다고 하더라.(웃음) 재밌는 건 정규직은 모두 사무실에만 있고 우리(비정규직)는 관리 업무만 한다. 정작 공항을 움직이는 건 우리다. 탑승객이 공항을 찾아 비행기를 탈 때까지 정규직은 한 명도 만날 수 없다는 우스개도 있다. 소속사들의 인건비 착복도 문제다. 공항공사가 지불한 임금을 우리에게 100% 지급 안 한다. 줄 의무가 없는 거다. 중간 용역업체가 일부 인건비를 이익으로 처리하고 ‘커트’하는 것이다. 늘 95% 정도만 받고, 어떤 해는 70% 수준을 받은 적도 있다. 인격 모독도 여전하다. 공항에서 검색하는 요원들이 다 비정규직이다. 검색이라도 하려면 고위공무원 등 온갖 사람들이 반말하고 ‘내 얼굴 모르냐’며 호통친다. 실질적인 공항 소속 외에 외국계 항공사 소속 등 소위 ‘비행기밥’ 먹는 다른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4만명이 넘는다. 거기 소속은 더 열악하다고 들었다. 퇴직금 같은 건 꿈도 못꾼다.

 

▲ “4대 보험·자녀 학자금 등 복지 혜택은 정규직의 몫”
▲ “월급 같으면 더 많이 일하고 일의 양 같으면 월급이 적어”
▲ “재계약 안 해 줄까봐 불안… 정년보장만이라도 됐으면”

- 업무 강도는 어떤가.

이숙희 = 식판과 쌀처럼 무거운 걸 늘 옮겨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들어 옮기려면 여자로선 굉장히 힘들다. 여기에 복장도 장화, 작업복, 비닐앞치마, 토시에 면장갑, 모자, 마스크까지 남극에 가도 살아남을 정도로 껴입고 작업한다. 튀김이라도 만들려면 못 견딜 정도로 덥다. 바빠서 화장실도 못 간다. 불을 끄고 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오전 11시까지는 소변도 참아야 한다. 지역별로도 우리처럼 서울에서 일하면 조리사 한 명당 학생 수가 196명에 달한다. 반면 지방은 150명, 심지어 제주지역은 70명이다. 똑같은 월급 받으면서 어떤 사람은 70명분 감자만 썰어도 되는데 누구는 200명분을 썰어야 하는 것이다.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김호관 =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을 비정규직이 도맡아 한다. 도장 업무를 해봤는데 힘이 들고 근골격계 질환이 오기 쉬운 공정이다. 이런 건 죄다 비정규직이 한다. 자동차업체에서 비정규직은 시급제다. 주야간 2교대에 토요일, 일요일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특근을 해야 3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78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라인 타다가(작업하다가) 몸도 많이 다친다. 사고는 물론이고, 나도 실러공정이란 이음새 마무리 공정에서 일해봤는데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며 일할 때가 많아 허리와 목에 무리가 왔다. 월급은 200만원, 적으면 150만원도 가져가는데 2~3년간 병원비로 절반을 쓴 적도 있다.

- 생각보다 비정규직의 어려움이 더 큰 것 같다. 가장 시급히 확보돼야 할 부분은 역시 고용안정인가.

이숙희 = 고용불안이 큰 문제인 건 사실이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정년도 오락가락한다. 중간 용역업체가 아닌 학교 측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 60세 정도는 정년을 보장해줬으면 한다. 100만원 미만인 월급도 지나치게 적다. 97만원 받는다. 이 돈으로 애들 학원도 못 보낸다. 그러면서 쉬는 시간도 없을 정도로 최고의 노동 강도로 일한다. 하루 종일 서서. 심지어 밥도 서서 먹는 때가 많다. 조리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교육감 선거에도 관심이 있다. 이수호씨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많이 얘기해서 호감이 간다.

김다임 = 학교 측은 관리하기 편하니까 용역회사를 통해 청소 직원을 고용한다. 적은 급여도 문제지만, 용역회사를 바꿀 땐 나이 많은 사람은 재고용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정년 보장이 잘 안되는 것이다. 학교와 청소노동자 사이에 있는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령자가 잘려나간다. 70세로 보장하고, 학교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면 좋겠다.

홍영경 = 대학이 학문을 하는 곳이어서 자율이 필요한 곳이다 보니 대학 비정규직 교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면 의외로 쉽다. 먼저 강사들에게 교원 자격을 주고, 교수급은 아니어도 기본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워낙 벌이를 줄여놓으니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 그 적은 돈이라도 받으려면 순응해야 한다. 돈에 쫓기니 제대로 연구하기 어렵고, 이는 교육의 질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퇴직금도 안 주려고, 6개월 단위 미만으로 즉 ‘강의 종료와 동시에 계약 종료’ 등의 계약문구로 사실상 4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김호관 =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차이가 많지 않다.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 완성차 업체들은 거꾸로 정규직이 그만두면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어떻게든 정규직을 줄이려 하니 비정규직이 양산된다.

- 김소연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 비정규직 정책이 작용한 것인지….

김호관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인터뷰에서 얘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은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최병승법’이란 걸 만든다고 했다. 모든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때도 비정규직을 줄여가겠다고 했지만 잘 안됐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비정규직법을 발의할까 의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고 해결 의지가 강한 김소연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 처음엔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그런데 얼마 전 바꿨다. 안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밝혔다. 인센티브 정도 줘서는 달라질 게 없다. 기존 후보 중 누가 돼도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명한 = 나도 사실 비슷한 이유에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한다. 그러나 주변 공항 비정규직 동료들을 보면 대체로 문재인 후보 쪽으로 많이 가 있더라.

김현 = 퀵서비스는 아직까지 정부에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근무시간으로 볼 것인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또 사업주, 즉 퀵 주문을 중계해주는 사무실 쪽도 알선소 면허가 있어야 한다. 지금 퀵 사무실은 알선면허도 없이 사업을 하고 있다.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업체들은 지금도 세금 명목으로 3.3%씩 공제하지만, 막상 내가 세금내역을 조회해보면 내 세금액은 ‘0’이다. 이 돈은 또 하나의 수수료 격으로 업체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를 ‘소사장’이니 뭐니 부르지 말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세금을 내게 될 테니 서로 좋지 않은가. 정부에서 퀵서비스란 직업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보험사에 이륜차 보험을 들려 하면 퀵서비스용 보험이 따로 있다. 일반 오토바이가 1년 26만~27만원인데, 퀵서비스용이면 130만원이 든다. 퀵서비스라고 해서 사고가 더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운행시간이 많아도 오히려 경력 많고 능숙해서 사고도 덜 낸다. 퀵을 아예 개별용달처럼 영업용화할 필요가 있다. 퀵 기사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겨울에 퀵서비스를 해야 진짜 퀵 기사란 말이 있다. 여름에만 아르바이트하고 겨울엔 빠지는 이들이 많다. 퀵서비스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이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름값과 수수료는 올라 23%나 되는데 벌이는 줄어든다. 지금은 일요일 하루 쉬고 토요일까지 나와 매일 12시간 이상 일해야 300만원 정도 번다. 4대보험, 노동3권도 없다. 정부에서 산재보험만 일부 적용하려 하는데, 퀵 기사들은 대개 적용제외 신청을 해 이를 적용받지 않으려 한다. 이런 수많은 문제를,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 방에 다 잡을 수는 없으니 단계적으로 개선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 사용자인 원청업체나 학교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하나.

홍영경 = 학교 측은 어떻게 하면 강사를 싸게 쓸까 고민만 한다. 강사의 열정을 이용해 낮은 임금으로 쓰고 일회용처럼 버린다. 시간강사에게 주는 강의료가 워낙 적어 강사에게 투잡, 스리잡을 강요하는 ‘골을 빼는’ 구조다. 전임교수 기준 9시간 강의한도가 있다. 다른 노동과 달리 강의는 준비나 과제점검 등이 따라야 한다. 이런 걸 포함하고 학생지도, 행정처리 등을 포함해 9시간을 적정 강의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그에 준해 강사도 한 학기 9시간까지 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면서 학생지도 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것까지는 좋으니 강의료라도 전임과 같은 대우를 해줬으면 한다. ‘영어로 읽는 세계경제’란 수업을 맡고 있는데, 3시간짜리 강의를 한다면 자료준비 등에 3배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지식노동자는 수평적 환경을 조성해줘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명한 = 지금 상태에서 하청 없애고 직고용하면 3년이면 수익구조가 맞게 된다. 불필요한 중간마진(하청업체)을 없앨 수 있으니, 당장 고용비용이 증가하는 것 같아도 5년만 지나면 수익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공항공사는 단 한번도 우리를 비정규직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구내 시설도 못 쓰게 한다. ‘하청업체 정규직’ 아니냐는 어이없는 논리만 내놓는다.

김호관 = 모든 관리·감독을 원청인 현대차에서 하는데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합법 도급이라고 한다. 그냥 우기는 거다.

- 정규직 근무자들의 양보 내지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명한 = 정규직하고 똑같은 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공항 비정규직 6000명의 평균 근속연수가 7.4년이다. 고도로 숙련된 이들이다. 상식에 비춰 판단해야 할 문제다.

김현 = 정규직 노동자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노동자의 신분이 나뉘어 있으면 사업주는 당연히 정규직한테 뭐라도 조금 더 던져주고 비정규직을 압박하려 한다. 절대 비정규직을 챙겨주지 않는다.

김호관 = 최근 현대차 노조에서 울산 라인을 점거한 적이 있다. 25일간 농성했는데 물도 끊고 전기도 끊었다. 처음엔 사측에서 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규직 노조 집행부였다. 요즘 사측에서 (정규직) 노조를 챙겨주는 방식으로 자신들 편으로 만드는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점거농성 때도 정규직 쪽에서는 비정규직에 한번도 힘을 실어준 적이 없다. 함께 가야 해결이 되는데, 서로 틀어지니 많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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