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통령 김소연 예비후보 11월 23일 동행일기
재능 1800일의 행진 그리고 학생들과의 만남
재능교육 농성 1800일이 되는 날이다. 천막 쪼가리로 다섯 번의 폭염과 태풍, 혹한과 눈보라를 견뎌온 이들, 5년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이겨낸 노동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전날 창원의 노동자들을 만나고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지만 5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야 했다. 무궁화와 KTX를 갈아타고 남도의 끝에서 재능교육 본사가 있는 대학로를 향했다.
1800일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많은 조합원들이 떠나갔지만, 꿋꿋하게 1800일을 견뎌낸 조합원들 곁에 많은 마음들이 함께 했다. 쌍용차, 콜트콜텍, 현대차비정규직…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어머니들도, 강정을 지키는 평화활동가들도, 학생들도 마음을 보탰다. 힘들지만 쓸쓸하지 않은 1800일이었다.
특수부대, 특수사건 전담반, 특수 수사반… 특별히 다른 임무와 역할을 가진 사람들에게 붙는 이 ‘특수’라는 단어를 정부와 사용자들은 학습지 노동자에게 붙였다. 특별한 업무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위해서다. 덤프 레미콘 화물차 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인, 보험모집인, 간병인, 굴삭기 기사, 대리운전 기사…. 저들이 ‘특수’ 딱지를 붙여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노동자들이 200만 명이 넘는다. 이 싸움의 중심에 재능에 있다.
여야의 후보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조금 보호하겠다고 말한다. 문재인 후보는 산재보험에 가입해주겠다고 하고, 안철수 후보는 협의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학습지교사는 노조법상의 노동자라는 최근 법원의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수한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보통 노동자이고,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1895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의 기록을 깨지 않고 타결하겠다던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의 약속이 위태롭다. 그렇지만 적당히 타협할 수 없다. 200만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를 대신해 싸우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소연 후보의 말처럼 거짓이 진실을 이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학로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100분이 넘는 시간을 함께 걸으며 유명자 지부장의 약속이 지켜지길 간절하게 기도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목이 쉬도록 외친다.
행진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빨라서 시간이 좀 남았다. 단식 41일 만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김정우 지부장의 건강을 걱정하는 김소연 후보가 잠시의 쉴 틈도 없이 녹생병원으로 향한다. 복식을 잘못 해 건강을 잃은 이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단식을 중단한 이후에는 한 동안 잣이나 호두와 같은 씨앗을 끓인 물을 먹어야 하고, 이후 미음에서 시작해 단식 시간의 두 배 이상을 복식을 해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구로의 오랜 절친인, 성깔 있는 지부장에게 잔소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 일정은 생기발랄한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이화여대로 향한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소연 후보의 이야기를 듣는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의 비리에 맞서 싸웠던 이야기, 구로공단 갑을전자에서 민주노조를 세웠던 이야기, 기륭전자 1895일의 이야기, 희망버스를 비롯한 연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질문들도 쏟아진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질문부터 날카로운 질문까지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20대 생기발랄한 학생들과 함께 신나는 대선투쟁을 하자고 결의를 모은다. 등록금 없는 세상, 대학 서열화 없는 세상,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꿈이 늦게까지 강의실을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