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안철수 후보의 ‘부양의무자 기준 실질적 완화’ 공약은 ‘실질적 유지’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의 삶은 벼랑에 내몰리고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하여 노부부가 자살을 하고,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심지어 사위가 재산이 생겼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당한 노인이 자살을 한다. 장애아이를 둔 아버지가 자식에게 복지혜택을 달라며 자살을 하고, 부족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인해 중증장애인은 연이어 참사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복지공약을 앞다투어 선전하고 있지만, 이른바 ‘주요 후보자’들의 공약은 사회취약 계층의 생존권 보장조차 약속하고 있지 않다.
지난 11일,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의 약속’이라는 대선정책공약을 발표하였다. 핵심은 ‘인간존엄성을 지켜주는 나라’, ‘노인과 장애인, 취약계층의 삶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노인 빈곤 해결로 안정된 노후 보장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와 소득 보장 △사각지대 없는 사회안전망과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의 구축 등의 3대 목표와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핵심적 복지공약은 ‘부양의무자 기준 실질적 완화 및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안전망’ 구축이며,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 현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 • 기존의 보충급여 방식(EITC)에서 노동 장려형 급여 방식 전환 검토 • 의료급여의 사례관리 확대와 대상자 지원 사업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너무나 부족하여, 민중의 삶을 보장하려는 실질적 개선의지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장애인과 가난한 민중들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한 지 수년이 지났고 지금도 광화문에서 농성투쟁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안철수 후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않고, ‘실질적 폐지’라는 애매한 말로 민중을 현혹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개선 계획이란 비혈연1촌을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재산의 소득환산율 개선이라는 식상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잔여적 복지, 시혜적 복지를 대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소득환산율 개선 등의 미봉책으로 민중을 기만했고, 그 결과는 엎어치나 매치나 150만명 정도의 대상자에게 최저생계도 보장하지 못하는 알량한 복지를 시행하는 본질적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 욕구별로 교육, 의료, 주거 등 부분급여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된 빈곤층에게 교육, 의료, 주거 등의 급여는 매우 시급한 것임에도, ‘의료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우려를 운운하는 등 시행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논리를 펴고 있다.
‘노동장려형 급여방식의 전환’ 역시, 과거 ‘생산적 복지’와 같은 해묵은 이데올로기의 귀결은 아닌지, 노동이 빈곤탈출에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 가난한 이들이 빈곤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후보의 ‘약속’에는 민중의 생존권이 빠져있다.
안철수 후보는 ‘실질적 폐지’라는 말로 민중을 현혹하지 말라.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결국 부양의무자 기준의 ‘실질적 유지’가 아닌가.
안철수 후보는 더 이상 핵심을 피하지 말라. 핵심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이다. 수많은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고, 가난을 국가와 사회가 아닌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없이 민중의 생존권보장은 거짓 공약에 불과하다.
안철수 후보는 즉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