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셀>기륭과 쌍차의 그녀들이 나눈 ‘소박하고도 절박한 꿈’

2012/11/20 0 Comment

김소연 후보 ‘와락’방문, 쌍용차 가대위 만나

백일자 기자

비정규직 철폐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1895일을 투쟁했던 기륭전자의 그녀와 정리해고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1272일째 투쟁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그녀들이 만났다. 15일 오후 김소연 노동자 민중의 대통령 후보는 쌍용차 ‘와락’을 방문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와락은 다른 유명 인사들의 방문 때처럼 엄숙하거나 요란하지 않았다. 김 후보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와락의 그녀들은 뜨개질을 하고, 차를 마시고, 라디오를 들으며 함께 수다를 떨었다. 세 번째로 와락을 방문한 ‘대통령 후보’라는 수식어를 빼면 김소연 후보는 투쟁 현장에서 보던 사람이라 유별날 이유가 없다.

가대위 : 매번 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후보라고 오니깐 어색하다. 그래도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먼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 좋은 것 같다. (웃음) 다른 투쟁하는 곳에서도 집회 때 함께 머리띠 묶고 구호 외치던 김 후보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진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서 전국 투쟁현장을 다니는 소감은 어떤가?

김소연 : 이번 투쟁하는 노동자 대선투쟁은 위로부터 조직된 게 아니라 밑에서부터 투쟁했던 동지들이 의지와 마음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 그 동안과는 정 반대의 과정으로 조직한 셈이다. 그래서 접촉면이 넓지는 않지만 또 장점은 있는 것 같다. 연대갔을 때와 다른 건 없다. 현대차비정규직, 한진중공업, 전북고속, 택시 등에서 동지들과 천막에서 자기도 하고 출근투쟁도 같이하고 했다.

김소연 후보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다. 1895일의 기륭투쟁으로 복직을 쟁취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구속되기도 했고, 94일 간의 단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희망버스 기획단과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활동 등 그녀를 표현하는데 정리해고 비정규직 투쟁은 뗄 수 없다.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위한 결의대회도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앞이었다.

가대위 : 지부장의 단식이 40일 가까이 되어간다. 현대차 비정규직도 ‘저기에 어떻게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높은 송전탑 좁은 공간에서 한 달 동안 투쟁하고 있더라. 많이 걱정이 된다.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가며 싸우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김소연 : 기륭도 고공농성과 단식 등 목숨을 걸고 6년을 싸웠다. 그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정당하고 옳기 때문’이었다. 용역깡패에게 두드려 맞아도 우리가 가해자로 둔갑하더라. 투쟁을 포기하면 몸은 편하겠지만, 그렇게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은 바꿔야 하지 않겠나.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싸우는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한 이유’다. 내가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요구가 목숨을 걸어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이 땅은 우리가 살 수 없는 세상이지 않는가.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도 그런 소박하고도 절박한 요구다. 많은 동지들이 만류하는데, 저는 단식 끊고 싸우자고 말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극단의 사회가 이 사회의 모습이다. 주변에서 단식하며 싸우는 것을 보니깐 마음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걱정이 많이 된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며 노동자들에게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소리들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한 발 두 발 물러서면 우리의 요구는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말리시는 분들의 심정은 최대한 알지만, 그러나 빨리 단식을 끝낼 수 있게 밖에서 더 투쟁하고, 연대 조직하고 함께 싸우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아픔으로 함께 싸웠던 이들은 안다. 노동자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서 세상은 너무나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목숨을 걸고 비정규직 철폐와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했던 사람의 말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작년 희망버스도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가대위 : 작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보면서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들도 많은 힘을 받았다. 해를 넘겨도 해결되지 않는 정리해고의 벽을 연대의 확산으로 조금씩 균열을 낼 수 있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김소연 후보가 희망버스에서 찾고자 했던 희망이 무엇이었나?

김소연 : 예전에는 당연히 누가 지침 내리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연대를 갔다. 제 기억에 김시자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누가 가라는 사람 하나 없어도 다 모여서 같이 싸웠고, 마음으로 연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침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희망버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전의 그런 연대의 기풍이 복원된 것이다. 김진숙을 살려야 한다는 그 마음들, 그리고 그곳에 정리해고 투쟁을 하는 한진중공업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의제가 확장될 수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그 진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통한 거다.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촉발시키는 계기가 희망버스였다. 이런 게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기륭전자에 민주노조를 만들 때와 희망버스, 내 인생의 기적 같은 순간을 꼽으라면 이 두 번이라 말하고 싶다. 진정을 다해 목소리를 내고 함께 싸우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대선투쟁 기간에 ‘정치희망버스’도 구상 중이다.

김소연 후보는 와락을 방문한 세 번째 대선 후보지만, 후보들 중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에 제일 오래전부터 연대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많은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해왔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기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반대하며 대선에 나섰다.

가대위 : 누군가 ‘노동자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뭐가 달라져?’라고 묻더라. 잘은 몰라도 대선이 어려운 과정이고 조건일 것이라 예상된다. 왜 지금 시기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되었는가?

김소연 : 민주노동당 처음 만들 때부터 당원이었지만, 비정규직 법을 만든 당사자인 국민참여당과 합당한다고 해서 탈당했다. 야권연대를 통해 의석수 확보에만 급급하고, 국민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명목으로 함께 투쟁하지 않으려 했던 게 그간 진보정당의 모습이었다. 정리해고 투쟁에서 ‘정리해고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니 현실적으로 판단해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하자’에 밀려 쌍용차 23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만들었다. ‘정규직화 불가능하니깐 적당히 해서 의미를 남기자’고 타협해왔으나 문제 해결이 안 되더라. 우리가 열심히 싸워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들을 조금이나마 돌아보는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이 워낙 패악 질을 많이 해서 ‘일단 정권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들 말하는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을 만든 당사자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다. 그 누구도 우리를 대변해 주지 않는다. 우리와 같은 요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대선 후보들이 투쟁사업장에 다니는 이유는, 우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예비하는 투쟁을 만드는 게 우리의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 하고,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낸 것은 그것을 예비할 수 있는 씨앗이라고 생각이 든다.

쌍용차 투쟁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오고가고, 많은 것을 약속했으나 투쟁은 3년을 훌쩍 넘었다. 기륭 투쟁의 경험과 함께 들려주는 진보정당 운동의 폐해나 야권연대의 실체는 쉽게 공감이 가는 바였다.

가대위 :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의 대통령 후보라는 슬로건인데, 노동자 김소연이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를 말해 달라.

김소연 : 내가 일하던 사업장에서 어용노조를 민주화할 때 ‘노동조합은 해결사가 아니다. 함께 싸워야 한다.’고 했었다. 바로 그게 노동정치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몇 사람이 대변하는 방식이나 법을 조금 바꾸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싸울 수 있는 힘, 조직력과 의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 가치가 굉장히 뒤틀린 자본주의 이 사회에서, 노동 중심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로 싸우고 있는, 가장 고통 받고 어려운 노동자 민중들이 싸움에 나서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이 사회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도 가능하다는, 우리의 가치를 구현하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단결과 연대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 말에 동의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단결을 어디에서부터, 누구를 중심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다. 조직된 노동자 중심이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중심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고 탄압받는 사람들, 투쟁하는 그들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세상을 바뀔 수 있다.

기대하고 표 찍고 실망하고, 최선이 없으니 차선이라며 속아왔던 게 정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대선에서 반대한다가 아니라, 나도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누군가는 돈도 실력도 없는데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노동자 대통령 후보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지만, 그래도 진짜 노동자 출신 대통령 후보가 있기에 서로의 소박하고 절박한 꿈들을 풀어놓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가대위 :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가능성도 크지는 않지만(웃음), 로또 1등 되면 뭐 할래?라고 묻는 것처럼 묻고 싶었다. 진짜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뭐하고 싶은가.

김소연 :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1:99의 사회가 된 핵심이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이다. 그래서 이 문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법을 바꾼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법을 바꾸면 자본은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사실 97년 이전에도 자본이 파산하고 공장을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때는 진짜 회사가 어려워서 그랬다면, 지금은 정리해고가 단지 회사의 이윤을 늘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된다는 게 문제다. 회사는 돈을 많이 버는 데도 노동자들은 해고당하는 거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은 자본의 입장에서 만든 법이다. 법과 제도도 어떤 입장에서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닌가. 우리의 정치는 다수의 노동자 입장에서 하는 것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듣기만 해도 좋다”, “정말 그런 세상 오면 좋겠다”는 말들이 오고 간다. 마지막으로 가대위 한 분이 당부한다.

“초등학생 아이가 TV에 나온 대선후보들을 보고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 후보는 내미는 손을 웃으면서 잡아주고, 저 후보는 외면하더라. 그래서 나는 손 내미는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우리 아이가 대통령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자기 나름대로 대선 후보들에 대해 판단을 하더라.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다. 투쟁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아는 후보니깐, 투쟁하는 사람들 끝까지 따뜻하게 보듬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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